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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형이랑 같은 학교 가는데 알고 있어요?

만나자 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툭, 말을 꺼내는 부승관을 그냥 대꾸없이 쳐다 보았다. 혈색 없는 얼굴이 그간 부승관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 같아서. 차마 내 마음가는 대로 쉬이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 걸러서 입 밖에 나온 말이 이런 보잘것 없는 대답이었다. 부승관은 표정없이 쭈그려 앉아 있었던 다리를 펴고 일어서더니, 허공에 대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나는 불안하게 서있는 부승관에게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또 다시 입에 본드라도 붙인 듯 벌려지지 않았다. 지금은 11월. 간만에 보는 부승관은 그 전과 별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아니, 사실은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의연해보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도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한성지가 전학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받았던 충격을 다시금 상기했다. 떠올리고 나니, 참지 못하고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괜찮아?”

 

부승관이 내 물음에 허공을 보고 있던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또렷한 눈매가 악의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상당히 건조하고 높낮이 없는 어조 였다. 나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부승관은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눈안에 내가 담긴 건 아니었다.

괜찮아요, 정말.

묵묵부답, 자신을 아마도 걱정스레 바라 보고 있을 내게 확인 시키 듯 부승관은 다시 한 번 또박 또박 글자를 내뱉었다. 나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괜찮아요, 그런 말을 의례처럼 해주더라도 부승관이 괜찮지 않을 거라고 속단 해버렸는데, 그렇게 믿었는데… 괜찮다는 말을 하는 부승관은 정말로 괜찮아 보여서, 그게 놀라웠다. 그 사건이 있은 이후 아무리 몇 개월이 지났다지만, 내가 아는 부승관은 그 한성지라는 올가미에  언제까지고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최근에 부승관을 만나는 걸 망설이며 기피하던 나만의 이유였다. 부승관이 대놓고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면 내가 그 틈을 타 또 어떤 언동으로 방심해져 있는 녀석을 공격하고, 불안정한 부승관을 더 휘저어 댈지 불안할만큼 몹시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한성지랑은 헤어진거야?”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었다.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 한성지와는 어떻게 정리가 된 건지. 어쩌면 부승관은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이 질문을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수없이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부승관은 무슨 대답으로 둘러 댔을까? 증폭되어 가는 내 초조한 호기심을 달래는 듯, 부승관은 한참의 정적 이후에 느리게 말을 이어갔다.

 

“헤어진 건 아닌데.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겨버려서.”
“…찾아 가본 적은 있냐.”
“어디로 갔는지도 몰라서 못 찾아가요. 그리고,”

 

알고 있어도 안 찾아가요.

들릴듯 말듯한,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짐작되지 않는 확신에 가득한 어조였다. 아까 의연해져보이던 모습은 나만의 일순의 착각 같은 게 아니었다. 저 변화를 대체 어떻게 덤덤한 척 받아 들여야할지 갈팡질팡 머리 속이 뒤집어졌다. 한성지를 잃었는데. 그것도 1년 넘게 한성지의 뒤를 캐고 다녔던 나도 아닌, 몇 년동안 남친이라는 명분으로 한성지와 붙어 다니던 부승관도 아닌… 하등의 관련 없는 같은 학교 애가 한성지의 꼬리를 밟고 정의롭게 실체를 고발해서 거의 떠밀리다시피 오명을 끌어 안고 전학을 가버렸는데. 물론 그 사이에 무슨일이 자세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왜 부승관과 싸울 예정이었던 오장효가 김민규랑 싸웠는지도 모르고, 왜 그 자리에 한성지가 있었으며, 왜 정도중 놈이 바른중에 와서 한성지가 본색을 드러 낸 모습을 굳이 사진으로 남겼는지… 그 자리에 없었던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 투성이다. 한성지와 부승관과 김민규의 관계성을 생각했을 때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들은 떠올랐으나,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 이야기 일 뿐이다. 물론 마음먹고 더 깊게 생각해 본다면 대충 각이 나올 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한성지에 관한 소문을 듣고 난 그런 것 까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한성지의 정체가 그런 식으로 까발려 지고, 그런 당혹스러운 결과 까지 야기 될 줄은, 아무리 한성지의 파멸을 은연중에 바래왔던 나로서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학이라니. 한성지 부모님이 엄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한 번의 추문으로 전학까지 가다니. 그 천하의 날고 긴다는 김민규가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중상을 입을 정도로 중대한 학교폭력 문제라고 해도 직접적인 당사자로 보기도 힘든 한성지가 그렇게 등 떠밀리듯 떠난 걸로 보아 한성지의 집안에서는 연류됐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여간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 게 아닌가 보다. 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한참을 지그시 바닥을 바라 보던 부승관은 고개를 올렸다. 눈이라도 올 것처럼 흐린 하늘아래, 검회색의 부승관이 있었다. 녀석은 핏기없는 입술을 한 번 물었다가 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아직 안 괜찮을지도 몰라요. 나는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

 

무얼?

녀석이 말하지 않는 주어를 다시 되묻지 못했다

찬공기에 노출 되어 버린 시려운 눈을 깜빡이며 부승관을 바라보았다. 부승관은 모진 바람 속에서 멍하니, 힘 없는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어쩐지 춥고, 하얗게 질려보이는 녀석을 그냥 말 없이 안아주고 싶었다. 위로의 말을 찾으려 했어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저 원인을 알 수 없는 애처로운 모습은, 신비로운 아주 얇은 막에 둘러 싸여있다.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저 막이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림과 동시에, 부승관은 단숨에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 버릴 것이다. 거리조절… 이미 한 번 충동에 못이겨 부승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나는 지나치게 오지랖을 부려서는 안된다.

부승관은 오른손을 들어 소매로 눈가를 쓸었다. 미동 조차 없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눈 주위가 노을 지기 전의 하늘 처럼 붉어져 있었다.

너는 누구 때문에 우는 거니.

입에서 토하듯 급하게 튀어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켰다. 그 대신 녀석에게 한 발짝 씩 다가갔다. 바로 내 앞으로 가까워져 왔을 때 나는 비로소 녀석을 안아주었다.

 

“……”

 

내 등 뒤로 소리 없는 울음이 시든 꽃잎 처럼 소연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

 

고등학생이 된 부승관은 한성지라는 이름을 입 밖에 올리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공명정대한 태도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한성지라는 이름을 기억속에서 조각칼로 도려내고 버린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떨쳐 내고 일상을 다시 무던하게 소화하고 있는 건, 한성지한테 지나치게 순종적이던 부승관의 과거 모습과는 잘 부합 되지 않아서 놀라웠다. 부승관에게서 한성지가 떨어지고 난 뒤 부터, 녀석을 두르고 있던 칙칙한 공기도 자연스레 소멸해 간다는 걸 느꼈다. 꼭 남모를 중죄를 지은 죄인처럼. 내뱉는 몰인정하고 차가운 말투와는 다르게 그다지 떳떳치 못하게 보였던, 내가 알고 있던 부승관은 날이 갈 수록 그 특유의 회색 빛을 소실 해갔다. 현재와 지금의 부승관의 괴리가 상당해서, 부승관은 어쩌면 한성지와 얽힌 과거의 모습을 탈피했을 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잃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그에따른 어떠한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녀석이 한성지의 압력에 얼마나 자기 자신을 누르고 살았는 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말 수가 없고, 타인에게 차갑고, 철벽을 쌓는 성격이 하루 아침에 온건하게 바뀐 건 아니다. 그것까지 바뀌었다면, 오히려 내가 적응기간이 필요 했을지도 모를 노릇. 그저 강해보이나, 실상은 무르고, 물렀던 부승관이 이제 보통 이상으로 단단하고 견고 해졌다. 그때 내 앞에서 눈물을 보였던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녀석은 확실히 바뀌었다.


하지만 녀석에게는 아직은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손톱 밑 가시 같은 존재가 해결 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김민규였다.

정도중에 다니던 김민규도 자연스레 정도고로 입학하면서 둘의 재회는 이루어졌다. 나는 그때만 해도 김민규랑, 부승관 그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존재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동안 부승관은 내게 김민규라는 이름을 서두에 올리고, 화제로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정보가 내게까지 흐르지 않으니, 결국 내가 가지고 있던 김민규에 대한 기억은 한성지의 바람상대. 이거 꺼름직한 사실 하나였다. 김민규가 우리학교로 온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내가 두려웠던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이제 괜찮아지고 있는 부승관이 김민규와 마주침으로 인해 다시 연관적으로 한성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 김민규랑 같은 반이냐?”
“ ……네.”

 

심지어 같은 반이기 까지. 답답함에 어디서 소리라도 마음 껏 지르고 오고 싶었다. 누가 중학교부터 날리고 다니는 문제아 놈들을 한 반에 붙여 놓을 시도를 한 걸까. 같은 반이라는 것도 부승관 입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 별관으로 들어 오다가 다른 1학년 애들이 떠드는 걸 우연히 듣고 알게 되었다. 부승관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렇다는 명로한 대답을 던지고 1층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나는 멍하니 계단을 올라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내 예상보다 부승관은 훨씬 더 동요 없는 모습으로 모든 상황에 맞서고 있었다. 하다못해 그 김민규랑 같은 반이 됐는데도… 한성지랑 바람 피운 것도 모자라, 따지고 보면 한성지가 전학가게 된 그 사건에 깊게 연루된 장본인이기 까지 한 김민규. 김민규와 한 공간안에 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의연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한성지를 잃기 전의 부승관의 마음을 알아 내는 것도 상당히 고된 일 이었지만, 지금처럼 불온한 감정들을 보란 듯 다 숨겨내고, 덤덤한 부승관의 모습은 훨씬 더 읽기 어려웠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내 예상보다 너는 한성지에게 맹목적이지 않았던 건지. 하지만 그 모든 궁금증을 결국 숨죽이며 끌어 안았다. 괜찮아 보이는 녀석을 또 다시 애써 다시 한 번 들쑤시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안의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건, 부승관과 김민규의 있는 1학년 4반이 꽤 유명세를 타고 나서 부터다. 그 둘이 붙었으니 좋은 의미로 유명해진 게 아니라는 건 짐작했다. 김민규와 부승관이 허구한 날 교실에서 기싸움을 해대서 반 학생들과 더불어 선생님들 마저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 앞에서는 김민규와 부딪히는 건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 했으면서, 내부적으로 그렇게 갈등이 커지고 있었다는 게 화 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아마 내게 숨길 생각 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냥 저항없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본인 선에서 처리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거기서 애달이 나는 건 나뿐이었다. 원래 관계를 맺다보면 마음을 한 웅큼이라도 더 주는 사람이 제로섬 게임에서는 패배자로 전락 해버린다. 나는 겉으로는 체념한듯 힘을 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어도, 부승관에 관련 되어 있는 모든 것에 신경을 차단 하지는 못했다. 녀석이 선배 누구와 싸운다더라, 김민규랑 어쨌다더라, 교무실에 불려 가고 있다더라… 같은 학교안에서도 이렇게 많은 부승관에 관련 된 사실과 루머들이 판치고, 하루가 멀다하게 일이 벌어지는데 나는 거기서 어떻게 손을 놓고 있어야 할지, 어떻게 손을 대고 있어야할지 감 조차 잡히지 않았다. 부승관은 내 감정에 그냥 그런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무지하게만 굴어댔다. 나는 부승관이 주도하는 게임 속에 그냥 방치된 쓸모 없는 플레이어가 된 기분이었다. 가끔 생각이 날 때, 필요로 할 때나 한 번씩 들여다 보는.

 

“부승관.”

 

나는 등교를 하고 있는 부승관의 손목을 낚아 채듯 잡았다. 조금 놀란 듯 커진 눈은 나를 보며 다시 원래 대로 돌아왔다. 녀석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 한 쪽이 흘러 내려 왔다. 형, 일찍 왔네요.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는 나른했다. 썩 어두워 보이는 표정이 아니어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나는 마른 아침햇살을 받은 채 서 있는 부승관의 손목을 조심스레 놓았다.

 

“김민규 있잖아.”
“……”
“내가 죽여줄까?”

 

내가 말을 끝내고 몇 초 후에 고개를 들었을때는, 부승관은 아까처럼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할 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다. 부승관은 알았을까? 내가 선심으로 물어 본 게 아니라, 허락을 구했던 거라고. 나는 김민규를 손 보기 위해 너한테 동의를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부승관은 놀란 표정을 천천히 누그러뜨리며,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녀석의 얼굴에 정말 오랜만에 피는 옅은 꽃이었다. 나는 공기의 선선함을 들이쉬며, 이 순간 찾아온 감흥을 온전히 느꼈다. 부승관은 나른함을 잃지 않은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형이랑 똑같이 말하는 사람 전에도 있었는데.”
“…누군데.”

 

부승관은 대답대신 마른 웃음을 지었다. 나는 문득 녀석이 부쩍 어른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매사에 고독하고 어설프기만 했던 부승관은, 이제 내 앞에서도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숙하다.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있었던 부승관은, 이제 한 발 딛을 때 마다 놀라울 정도로 어른이 되어갔다. 얼떨떨한 아쉬움에 잠길 정도로.

 

“형, 저 오늘 반 옮기려고요.”
“…뭐?”
“오늘 선생님한테 반 옮겨 달라 하려 했어요.”

 

왜, 냐는 질문은 굳이 던지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맥이 탁,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소리내어 내뱉어 버렸다. 아, 부승관 너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결국 이 상황들에 진물이 나고 있었구나. 별 내색 없던 놈이 반 까지 옮겨 달라 할 정도면… 많이 참고 지내왔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나로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여겨졌다. 아니. 비겁하지만, 확실하게 안도감이라는 감정이 진하게 파고 들었다. 김민규가 부승관 옆에 있다는 사실은 차마 용납하기는 힘든 일이었으니까. 잘했다고, 진심의 한 마디를 해주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웃음기가 지워져 가고 있는 부승관이 말했다.

 

“조용히 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
“그냥 내가 빠져주려고요.”

 

형, 저 먼저 가요. 교무실 가봐야 돼서.

다시 가던 발걸음을 재촉 하며 교문 앞을 지나치는 부승관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문득 그 중의적인 의미를 생각했다. 반을 바꾸는 이유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핀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별 의심을 갖지 않았던, 당연히 한성지로부터 파생됐을 거라 확신 했던 김민규와, 부승관의 둘의 관계에 대해서 처음의 의구심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김민규와 부승관의 반은 별 변수 없이 갈라졌다. 둘이 흩어지고 나니, 바람 잘 날 없이 초기부터 휘청이던 1학년 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초반부터 정도고 1학년 부터 싸그리 잡고 시작할 것 같았던 김민규도,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채 폼 잡고 나서는 것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거처했다. 내가 들었던 김민규에 대한 찌라시의 스케일만 보면 이미 정도고 전체를 휩쓸고도 부족했을 터인데. 그 모든 걸 평정했던 그 김민규가 마음을 고쳐 먹은 이유도 한성지와 관련이 있을까? 김민규가 우리 학년에 동구라는 놈이랑 친해지고 부터, 그 동구 녀석의 그늘 밑에서 몸 사리고 숨어 산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다. 아마 김민규가 변한 건 오장효와 대판 싸우고 크게 다친 이후 부터 일 것이다. 전에 부승관도 내게 말했다. 김민규가 조용히 살고 싶어해서 자신이 빠져준다고. 그리고 반을 옮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 이다. 부승관이 굳이 조용히 살고 싶다는 김민규를 위해서 자신이 희생 해서 반까지 옮겨 줄 필요가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내가 졸업을 앞둔 3학년이 돼서야 서서히 풀려갔다. 난데없이 김민규와 부승관이 키스를 했다는 소문이 전규를 휩쓸고 파장을 일으킨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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