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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간이 뇌리에 고정값으로 박힐 때가 있다. 기억 해내려고 굳이 악을 쓰지 않아도, 머리를 싸매며 그게 뭐였더라, 기억의 딜레마에 빠져 스스로를 고문하지 않아도, 마치 어제 일 처럼 선연히 그려지는. 그때의 날씨, 분위기, 나 홀로 느꼈던 감정… 제 3자가 선명한 컬러 사진으로 찍고, 예쁘게 인화까지 해서 잊지 말라고 내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시킨 양, 내가 떠올리고 싶을때면 그게 언제가 됐더라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 내게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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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3월 중순이었다.

그날은 꽃샘추위에 더불어 살이 에릴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이른 봄의 아침이었고, 제법 굵직 굵직한 비까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 날씨의 악조건이라면, 평소의 나는 두 말도, 고민도 할 필요 없이 학교에 가지 말자는 유보의 판단을 쉽게 내렸을 것이다. 그때 내게 있어서 학교는 이미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흥미 떨어진 놀이터 취급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런 내가 우산살 하나가 직각으로 휘어져 겨우 얼굴만 가릴 수 있는 작은 우산을 펼쳐서, 그 빗길을 뚫어 가는 수고까지 감수해가며 학교에 간 건 지금 와서 생각 해봐도 꽤나 드문 일이었다. 마치 신을 믿지 않는 내 앞에 신성한 누군가가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며 예지를 한 것만 같았다. 오늘은 꼭 학교를 가야 한다고. 학교를 가면 가야할 이유가 생길거라고.

빗길을 뚫고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우산을 싸는 비닐에 고장난 우산을 넣는 대신, 내팽겨치듯 내 분노를 대변하여 우산을 땅바닥에 처박았다. 퍽, 내 몸뚱이 반쪽 하나도 굵은 비의 공격 속에 막아 주지 못했던 무용지물한 우산이 힘없이 거꾸러지며 바닥에 엉망으로 처 박혔다. 1층 정수기 앞에서 보온병에 물을 담고 있던 어느 과목을 담당 하는지도 모를 선생님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젖은 머리를 털며 굳은 표정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비를 피할 수 있는 학교 안으로 막상 입성했어도 이미 맥스를 찍은 불쾌지수가 다시 하염없이 한계를 모르고 높아만 지고 있었다. 학교 안에 나는 물기 머금은 눅눅한 냄새조차 진저리나게 싫었다. 나는 교실로 가기 위해서 계단을 타고 올라 가려던 발걸음을 짧은 망설임 끝에 다시 돌렸다. 그냥 집으로 가자. 어차피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 가든, 안 가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를 나오는 건 그냥 내가 쓰는 선심의 연장선일 뿐이다. 졸업을 못할 정도로 학교를 빠지지만 않으면 사실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1학년때부터 너무 잦은 빈도로 빠져서 위기가 한 번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중하겠다 나름대로 생각을 고쳐먹었는데, 이미 몸에 베여버린 나태함은 나를 무기력하게 했다. 특히 오늘 같은 날은 학교 안에 있으면 학교 전체를 떠다니는 불쾌한 공기 때문에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사소한 일에도 물꼬를 틀고, 개처럼 싸움을 하다가 누군가를 겁도 없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죽거나.


나는 다시 성큼성큼 왔던 길을 다시 걸어나갔다. 중앙현관 앞에서 억수 같이 내리는 비 한 번, 죽은 날파리 시체처럼 힘 없이 날개가 내팽겨쳐져 있는 내 우산 한 번. 표정 없이 번갈아 가며 쳐다 보다가 입고 있던 교복 자켓을 벗었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자켓은 각이 사라진 채 흐물 흐물한 모양으로 내 손에 걸렸다. 나는 양손으로 그걸 꽉 쥐었다.


자켓을 머리 위로 뒤집어 쓰려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의 우산이 접어지는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젖은 신발을 보고 있던 시선을 곧바로 올렸다.


칠흑이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봐도 작고 검은 뒷모습이 자신보다 커보이는 장우산을 성의 없이 접었다. 칠흑은 뚝뚝 떨어지는 물기 하나 신경 쓰지 않고, 털어 내는 일련의 행위조차 하지 않은채 빗물이 떨어지는 우산을 그대로 가지고 내가 서 있는 중앙현관 앞까지 주의 없이 들어왔다. 바닥에 소리내며 끌리는 검은 우산을 따라 고인 빗물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타난건 교복도 검고, 책가방도 검고, 우산도 검은 우산, 머리칼도 칠흑처럼 검은, 저승사자 같은 낯선 녀석이었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칠흑 같은 존재에 순간 방금까지 나가려 했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온통 까만 녀석은 만지면 마치 흑연가루가 수북히 손에 묻어 나올 것만 같았다. 특히 머리카락이 유독 까맸다. 저 녀석의 어느게 안 검을까,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는 와중에, 교복 자켓 상의에 바르게 붙어 있는 이름표 하나가 유독 샛노랗다는 걸 발견했다. 노란색이면 1학년이다. 신입생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까만 녀석은 우산을 현관 앞에 구비된 우산 포장기 앞에서 비닐 옷을 입히다가 문득 내 시선을 느리게나마 눈치를 챘는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나를 마주보았다.


피부는 하얗네. 순간 든 생각은 별 거 없는 감상이었다. 머리는 만지면 흑연가루가 묻어 나올 것 같고, 저 하얀 얼굴을 만지면 분가루가 묻어 나올 것 같다. 뻔하지만 무언가 색다른 조합이었다. 까맣고 하얀 것.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동그란 눈을 살짝 크게 떴지만, 이렇다 할 큰 반응 없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보통의 후배들이 내게 짜고 친듯이 취하는 일관적인 어색하고, 과할정도고 예의 바른 태도와는 달랐다. 학년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를 구태어 신경쓰지 않는 다는 듯, 그냥 단순하게 낯선 사람의 분류에 넣고 취급하는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녀석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비닐에 담긴 우산을 바로 잡은 녀석이 다시 한 번 나와 짧게 눈이 마주쳤다. 감흥 없는 눈이 나를 스치듯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게 다른 애들만큼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자켓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비를 쫄딱 맞은 2학년은 그 상대가 나라도 우스워 보일까? 그 대신 조금은 슬픈 생각을 했을 뿐이다. 녀석은 그 짧은 사이에 나를 한 번,  바닥에 거추장스럽게 놓여진 내 우산을 한 번.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다가, 신발장 옆에 있는 먼지쌓인 빈 우산꽂이에 자신의 우산을 꽂았다. 우산은 교실에 들고가야 하는데. 아직 신입이라 잘 모르는 걸까,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확신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녀석의 동작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관찰했다. 무언가 기억하고 싶었다. 저 느리고, 무심한 검고 앳된 모습을. 비 맞고 뛰어갈 준비를 하는 내 앞에서 자신의 우산을 먼지 쌓인 빈 우산꽂이에 버리듯 유유자적 방치하는 모습을. 지금 나는 과연 내가 녀석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누군가 지금 내 바보같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녀석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쳐다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게 겁을 먹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았다. 작고, 앳되고, 검고, 하얀 녀석은 이곳에서 볼 일은 끝났다는 듯 미련 없이 무표정으로 바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어디서 많이 맡아 봄직한 흔하디 흔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녀석의 동선을 따라 일렁거렸다. 그 향은 나를 불쾌하게 만들던 비릿한 비내음과, 늙은 나무판의 눅눅한 냄새를 단숨에 거짓말처럼 지워 주었다. 나는 나를 지나칠 때 잠깐 본 녀석의 이름을 떠올렸다. 부승관... 유별난 첫인상 만큼이나 어딘가 녀석과 어울리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녀석 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녀석이 남기고 간 찰나의 향을 속에 머금고 기억하고 싶어서. 비닐 속에 담긴 채 먼지와 함께 박힌 우산꽂이 속 녀석의 습기찬 비닐 속 검은 우산도 한참이나 쳐다 보았다. 이 별 거 없는 부승관과의 첫만남은 그때의 내 바램대로 사진이라도 찍은 것 마냥 너무도 선명하게 내 마음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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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관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부승관 때문이 아니었다. 입학하자마자 예쁜 신입생이라고 입소문 타고 난리난 한성지의 유명세로 남자친구인 부승관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나는 둘이 사귀는 사이라는 걸 소문으로 듣게 되었을 때 꽤 많이 놀라워 했다. 내가 처음 봤던 무채색의 부승관은 탑스타에 버금 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성지와는 쉽게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라는 말이 존재 하듯, 부승관도 내 예상과는 다르게 난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건 그 비오는 날의 검고 무심한 녀석이었지만, 그건 짧은 찰나에 마주친 모습에 불구했다. 첫인상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한 시간. 하지만 그게 녀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성지를 사귈 정도라면 더더욱일 거고. 게다가 믿기지는 않지만 알고 보니 1학년 중에서도 상당히 노는 무리에 속했다. 입학하기 전 부터 싸움도 꽤나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 남들보다 호리호리하고 야윈 체격으로 싸움을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지만, 사람은 또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녀석이 내가 주장으로 있는 배구부에 입부 요청을 했을 때도 놀랐다. 조금 웃기게도 녀석은 배구부원 모집이 끝난 후에서야 느지막하게 입부원서를 제출 했다. 이미 정원 인원이 차서 추가 인원이 필요 하지 않았음에도, 순전히 내 욕심으로 3학년한테 까지 압력 넣어서 부승관의 입부를 허락받았다. 어부지리로 들어 오게 된 부승관은 그래도 부활동은 빼먹지 않고 성실히 참여했다. 2군 멤버였지만, 연습에는 절대 빠지지 않았다. 묵묵히 할당량의 운동을 소화했고, 주관하는 체육관 청소도 나서서 도와주었다. 사실, 내가 주장으로서 보기에는 부승관이 배구를 하는 것에 엄청난 의욕이 있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시키는 걸 열심히 하고, 말만 잘 들을 뿐이다.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어서 코치 선생님이 설명할 때 어두운 표정으로 딴 생각을 하고 있거나 가끔 벤치에 앉아서 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도 있었다. 난 그런 녀석을 보면서 말을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그 생각은 억눌러 담았다. 아직은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끔 날 보는 파리한 시선은 한없이 차갑고 낯선 감정을 담고 있어서, 나와는 달리 녀석이 나에 대한 별다른 좋거나, 싫은 감정이 없는 무의 상태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에서 작은 태동이 생기고 그곳에서 감정이 발아 되는 건 무엇보다 어려운 일 이라는 걸, 난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민한은?”

 

연습이 끝나고 참석한 부원 들을 체크 하던 나는 빈자리가 있다는 걸 깨닫고 곧장 물었다. 이민한이 빠졌다. 이민한은 2학년 부원인데, 평소에도 껄렁 대는 가벼운 행실에 태도와 버릇이 영 좋지 않은 놈이었다. 언제 한 번 손봐줘야지, 싶었는데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때가 온 것  같다. 누가봐도 화나 있는 게 분명한 내 목소리를 듣고 서로 눈치를 보던 1힉년 부원 중 한명이 용기낸 듯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자존심 상해서 못나오겠다고...오늘 안 나왔어요.”
“아,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 새끼 또 존나 열받게 하네.”
“아니…그게 아니라요. 어제 이민한 선배님 1학년 부승관이랑 시비털고 싸웠거든요.”
“…누구랑?”
“부승관이요. 자기는 2학년인데, 고작 1학년이랑 싸우고 다쳤다고…자존심 상한대서 못나오겠대요.”

 

내 입에는 다시 굳은 자물쇠가 채워졌다.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체육관 벤치에 앉아 있는 부승관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체육관을 이제 막 다 돌고 빠져 나온 건지 가쁜숨을 가다듬으며 몸을 반쯤 숙인채 아직도 돌고 있는 애들의 동선을 따라 눈을 굴리고 있었다. 여전히 작고 앳된 모습이었다. 자기 보다 키도 덩치도 큰 사람과, 그것도 같은 동아리 선배와 싸운 주제, 아무렇지도 않게 연습에 참여 하고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었다. 정작 자신과 싸운 사람은 슬금슬금 연습에 빠졌는데.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다. 나는 바로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일단 알겠다. 다시 연습해. 무정한 내 말에 눈치를 보던 애들은 다시 빠르게 흩어졌다. 내 앞에 아무도 남지 않자 나는 그제서야 소리내어 작게 웃음소리를 마음 껏 흘렸다.

 

부승관을 보고 있으면 탄성이 강한 고무재질의 색공을 보는 듯 했다. 바닥에 뿌려 놓으면 어디로 튈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나는 그런 녀석이 어쩌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만 같았다. 나는 녀석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이 바로 그 태동이 시작 되는 날이다. 난 부승관을, 너를 오늘부터 내 옆에 두고 싶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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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승관과 가까워 지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난 녀석이 아주 제멋대로 일거라고 생각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다른 후배처럼 아주 순순하고 잘 따를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대한 것도 있었다. 부승관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남들에 비해 무엇이 다를까? 이상한 호기심도 너울너울 들었는데, 부승관은 싱거울 정도로 부승관 그냥 그 자체였다. 네, 형.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대답하는 기운빠진 목소리도 예상했던 그대로. 생각보다 무난하고 붙임성이 아예 없지만은 않은 성격도 예상대로였다. 이야기 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 보는 걸 꺼려 한다는 것도. 평소에 유지 하는 건조한 표정도. 나이에 맞는 관심사로 이야기 화두를 꺼내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것도, 속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것도, 검은 머리가 유전이라는 것도… 내가 예상했던 부승관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 나지 않는 다는 자체도 부승관다웠다.

 

“제 여자친구예요.”

 

한 가지 예상을 벗어 났던 건, 부승관의 여자친구 한성지였다. 나는 한성지를 소개하는 부승관의 긴장감 역력한 표정을 보았다. 좀처럼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이었다. 불편하고 어려운 접대 장소에 떠밀려 나온 신입사원처럼. 나는 하나의 가여운 짐승같은 부승관을 보던 시선을 옮겨 한성지를 바라 보았다. 그에 비해 한성지는 나를 보며 눈을 접어 생글 생글 선하게 웃고 있었지만, 난 한성지의 시선이 내 몸 한 구석, 한 구석에 닿을 때마다 떨떠름한 불순물이 묻어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마 한성지는 숨길만큼 숨겼고,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번에 한성지와 부승관의 관계가 단순한 애인 사이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둘 사이의 간격, 날 보는 한성지의 열 가득한 시선,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냥 초조한 부승관. 이 모든건 아직은 뼈대만 있는 나의 직감에 살을 덧대었다. 간보기가 끝난 나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알아, 너네 커플 유명하잖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부승관은 반사적으로 한성지를 쳐다 보았다. 한성지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까보다 더한 열기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거부하고 싶은 이성적인 호기심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한성지를 무덤덤하게 내려 보았다. 예쁘다. 딱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가졌다. 하지만 그 모두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한성지의 시선을 차단하고 싶어서 먼저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한성지가 어떤애인지 부승관이 아닌 타인을 통해 어떻게 알아낼까 고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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